개발보다 세계관이 더 중요했다

당근이네

당근이네

Web 3D로 만들어진 하나의 작은 세계 당근이네는 하나의 방에서 시작해 옥상 텃밭과 1층 나눔장터까지 확장된 World예요.
웹에서 3D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는 많지만, 당근이네처럼 단순한 게이미피케이션을 넘어 세계관을 가지게 된 프로젝트는 적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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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World, but on the W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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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콘텐츠를 구성하면서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초기 로딩’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지 고민했어요. 게임에서는 필요한 에셋을 미리 모두 다운로드한 뒤 플레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웹은 별도의 설치 과정 없이 바로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반대로 처음 진입할 때 많은 에셋을 다운로드하도록 하면, 웹이 가진 빠른 접근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당근이네는 처음부터 모든 에셋을 로드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에셋을 로드하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초기 사용자들에게 웹의 빠른 접근성을 유지하면서도, 3D 세계를 빠르게 유저들이 경험해 볼수 있게 했다고 생각해요.
 

Three Spaces, Three Experiences

당근이네 방 : Branding
처음 당근이 방을 기획할 때, 솔직히 고민이 참 많았어요.
대부분의 키우기 게임은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고, 밥을 안 주면 ‘배고파요’라며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패널티를 줘서 접속과 결제를 유도하곤 해요. 솔직히 이런 직관적인 유저 전환 방식이 부럽기도 했고, 유저분들도 직접 조작하길 원하셔서 '제어권을 더 줘야 하나?' 하는 고민도 들었어요. 컨트롤할 수 없는 당근이를 설계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죠.
[방 꾸미기]
[방 꾸미기]
당근이를 누군가의 케어가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나와 대등하게 살아가는 '자율적인 친구'로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접근한 방식은 유저가 조작하지 않아도 당근이는 스스로 자고, 일어나서 주스를 마시고, 방 안을 돌아다녀요.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진짜 친구처럼 느껴질 거라고 믿었거든요.
이 고집을 지킨 덕분에 얻은 장점도 분명했어요. 유저분들과 당근이 사이에 동정심이 아닌 '진짜 교감'이 생기기 시작했거든요. 당근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느끼다 보니, 강요된 미션이 아니더라도 당근이와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쪽지 기능'을 활발히 이용해주셨어요.
관계가 깊어지자 유저 액션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당근이도 덥지 않을까?’, ‘당근이 방을 더 예쁘게 꾸며주고 싶어!’ 스스로 아이템을 구매하고 이벤트에 참여해주시더라고요.
브랜딩을 지키기 위해 조금 돌아서 간 길이었지만, 결국 강요된 케어보다 자연스러운 교감이 유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더 큰 힘이라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배치 모션 개발]
[배치 모션 개발]

옥상 텃밭 : Retention
당근이네를 만들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질문은 ‘사람들이 왜 내일 또 여기에 들어와야 할까?’였어요.
당근이네에는 나만의 방이 있었어요. 방을 꾸미는 건 분명 즐거운 일이었지만, 한 번 꾸미고 나면 다시 들어올 이유가 금방 사라졌어요. 사용자는 한 번 와 보고 끝나는데, 저는 매일 잠깐이라도 들르는 루틴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간극을 들여다보면서 깨달은 건, 사람이 무언가를 매일 반복하려면 계속 할 일이 있어야 하고, 그 행동에 바로 반응이 돌아와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기존의 화분 키우기를 넓혀, 작물을 대량으로 키우는 농사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그게 옥상 텃밭이에요.
옥상 텃밭에서 작물에 물을 주려면 당근의 다른 서비스를 잠깐 방문하고 와야 해요. 다녀오면 스프링클러에 물이 채워지고, 작물은 그 물을 먹고 자라요. 여기서 가장 고민했던 건 사용자를 붙잡아 두지 않는 거였어요. 오래 머물러야만 성장하는 구조라면 금방 지칠 테니까요. 그래서 물만 채워 두면 작물이 시간이 지나며 알아서 자라게 했어요. 사용자는 잠깐 들어와 물을 채우고, 나중에 다시 와서 수확하기만 하면 돼요. 매일 할 일은 가볍게, 다시 올 이유는 분명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여기에 흔한 작물부터 희귀한 품종까지 다양하게 두어, 오늘은 무엇이 자랄지 궁금해지는 마음도 담았어요.
그래도 게임 안의 성취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옥상 텃밭은 결국 사람들이 꾸준히 돌아오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고, 그러려면 끝까지 키울 이유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키운 작물을 실물 보상으로 바꿀 수 있게 했어요. 화면 속 작물이 실제 무언가로 돌아온다는 게, 매일 물을 주러 오는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었어요.
텃밭을 연 뒤 방문 미션을 완료하는 사람은 전보다 약 다섯 배가 되었어요. 숫자도 기뻤지만, 그보다 매일 짧게 들러 물을 주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에 품었던 질문에 조금은 답한 것 같았어요.
[수확 및 심기 모션]
[수확 및 심기 모션]
[텃밭 전체 이미지]
[텃밭 전체 이미지]
 

나눔장터 Social Interaction
방을 꾸미는 기능이 핵심이었지만, 사실 자기 만족만으로 방을 꾸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유저의 방을 둘러보며 ‘이 사람 방 예쁘다’, ‘이런 아이템은 어떻게 얻었지? 나도 미션 해봐야겠다’ 하고 동기부여를 얻길 원했거든요. 하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의 방을 구경하고 염탐하는 것만으로는 유저 사이에 유대감이 쌓이진 않겠더라고요. 단순히 3D 공간을 둘러보는 수준을 넘어, 유저끼리 더 깊게 교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어요.
[나눔장터 전체 이미지]
[나눔장터 전체 이미지]
 
그래서 고민 끝에 당근 서비스의 핵심인 '중고거래' 아이디어를 당근이네에 도입해 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바로 '나눔장터'예요.
처음에는 '아무런 보상도 없는데 유저들이 선뜻 나눔을 할까?' 하는 걱정이 컸어요.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활발하게 나눔을 주고받으시더라고요. 나눔이 끝난 뒤 주고받는 감사 편지 시스템을 통해 유저분들이 서로 따뜻한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여기에 유저분들이 직접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커스텀 아이템 기능도 추가했어요.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을 나눔 장터에 올리고, 그걸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쏟아지는 과정에서 유저분들이 큰 기쁨을 느끼시더라고요.
결국 나눔장터는 당근이라는 서비스의 오프라인 따뜻함을 3D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온, 조그만 메타버스 같은 공간이 되었어요.
[나눔장터 모션]
[나눔장터 모션]